엑셀에는 여섯 건, 화면에는 일곱 건, 도현의 할 일에는 열아홉 건이 있었다.
셋 중 맞는 숫자는 마지막 것뿐이었다.
“하나가 어디서 늘어난 거죠?”
다음 날 오전, 도현이 노트북을 돌리자 지후가 자기 모니터와 번갈아 봤다.
“늘어난 게 아니라 원래 일곱이었어요.”
“제가 어제 여섯 건으로 정리해서 올렸는데요.”
“네. 엑셀에요.”
지후가 대시보드의 숫자를 눌렀다. 숫자 주위에 파란 테두리가 생겼다.
“여기는 제가 직접 고쳐야 해요.”
알고 있었다. 실제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말을 도현은 어제만 세 번 들었다.
그런데 엑셀을 완성하고 나니 화면도 거의 완성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기 일이 끝나면 남의 일도 조금쯤 끝나 있어야 할 것처럼.
“그럼 여섯으로 바꿔 주시면 제가 순서 맞춰 볼게요.”
“전체 여섯이요, 이 매장 여섯이요?”
도현은 엑셀을 다시 봤다.
샘플 A점 네 건, B점 두 건. 합계 여섯 건이었다. 대시보드에는 매장마다 일곱이 있었다.
지후가 손을 키보드에 올린 채 기다렸다.
“전체는 여섯, A점은 넷, B점은 둘이요.”
“확인된 건은요?”
“두 건이요.”
“어느 매장에서요?”
도현은 숫자 옆에 색만 칠해 둔 셀을 클릭했다. 노란색이 미확인이었는지, 수정할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젯밤에는 분명 구분이 됐다.
“잠깐만요.”
지후는 기다리는 동안 커피 뚜껑을 열었다. 아직 한 모금도 안 마신 커피에서 김이 올라왔다.
“팀장님, 저도 잠깐만이 몇 개인지 세서 넣을까요?”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건 자동 집계가 필요하겠네요.”
지후가 웃었다. 도현도 잠깐 웃고, 엑셀에 상태 칸을 새로 만들었다.
점심 전에는 혼자 한번 해 볼 생각이었다.
등록된 내용을 보여 주고, 다음 근무자 계정으로 확인 버튼을 누른 뒤, 전체 현황으로 넘어간다. 말로 하면 이십 초였다.
도현은 발표용 노트북을 회의실 화면에 연결했다. 자기 노트북에는 엑셀과 지후가 공유한 시연 파일을 띄웠다.
“여기에서 다음 근무자가 확인하면.”
마우스를 옮겨 확인 버튼을 눌렀다.
“관리자는 전체 현황에서.”
다른 노트북으로 손을 뻗었다. 손등에 충전선이 걸렸다. 엑셀 대신 사내 메신저가 떴다.
박준이 보낸 점심 주문 조사였다.
도현은 창을 닫고 대시보드를 열었다. 화면에는 여전히 미확인 네 건이 떠 있었다.
방금 한 건을 확인했으니 세 건이어야 했다.
그는 숫자를 고치러 편집 화면으로 들어갔다. 회의실 벽에 숫자 주위의 파란 테두리까지 크게 떴다.
뒤에서 지후가 말했다.
“고객님, 지금부터 디자인 수정 과정을 보시겠습니다.”
도현은 노트북 뚜껑을 반쯤 덮었다가 다시 열었다.
“발표하면서 하기엔 좀 어렵네요.”
“발표 안 하면서도 시간이 걸려요.”
지후는 빈 의자에 앉아 파일을 받았다.
“숫자만 바꾸면 상세 화면이 안 맞고요. 상세 내용을 고치면 뒤로 갔을 때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요. 화면 전환도 다시 걸어야 해요.”
“몇 군데 정도예요?”
“어디를 누르게 할지 정해 주셔야 세죠.”
도현이 준비한 진행 순서는 문장 열두 줄이었다. 지후는 그 옆에 작은 네모를 그렸다. 전체 화면, A점 목록, 상세 내용, 확인 뒤 화면. 뒤로 가는 화살표를 더하자 네모가 늘어났다.
열두 줄로 끝난 일이 아니었다.
“일단 A점부터 볼게요.”
도현이 파일을 다시 열었다. 미확인 네 건이 제대로 떠 있었다.
이번에는 B점을 눌렀다.
일곱 건.
지후가 커피를 내려놓았다.
“거기는 아직 출근 전입니다. 제가.”
그날 오후, 수경은 도현의 샘플 파일을 세 줄 읽고 스크롤을 멈췄다.
“이거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제가 만든 거예요. 실제 매장 자료는 안 썼고요.”
“그건 잘하셨어요. 그런데 이 직원은 퇴근을 못 하겠는데요.”
수경이 ‘냉장 상품 상태 수시 확인’이라고 적힌 칸을 가리켰다.
“수시는 언제 끝나요?”
“확인 버튼 누르면 끝나는 걸로.”
“무엇을 확인했는데요?”
도현은 대답 대신 셀 너비를 늘렸다. 글자가 전부 보였지만 문장이 더 구체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수경은 옆줄의 ‘재고 이상 발생 시 조치 완료’를 읽고 입술을 눌렀다.
“이건 전달 사항이 아니라 일을 다 끝내라는 지시예요. 다음 사람이 내용을 본 것하고 조치한 건 다른데.”
도현은 ‘완료’를 지웠다.
그 자리에 ‘확인’을 쓰려다가 손을 멈췄다. 한 글자 고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수경은 아직 같은 셀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쓰는 게 자연스러울까요?”
“샘플이면 상황을 하나 정하죠. 오늘 들어온 우유가 발주 수량보다 두 상자 적다. 다음 근무자가 납품 담당자에게 연락할 예정이다. 그 정도요.”
“그럼 앞 근무자는 수량 확인, 다음 근무자는 연락.”
“네. 한 문장에 두 사람 일을 섞지 말고요.”
수경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다 화면 아래를 봤다.
“마감 직원이 오전 납품을 확인하는 것도 바꿔야겠네요.”
“제가 다시 정리해서 드릴게요.”
말은 익숙하게 나왔다.
수경의 손이 의자 등받이에서 멈췄다.
“팀장님이 고치시면 제가 다시 읽어야 하잖아요.”
도현은 열려 있는 창을 봤다. 샘플 엑셀, 집계 기준, 발표 자료, 진행 순서. 전부 자신이 편집 중이었다.
하나를 고치는 동안 나머지 셋이 기다렸다.
“수경 씨가 샘플 문장하고 근무 순서를 봐 주실 수 있을까요? 두 매장 여섯 건으로요. 실제 직원 이름 없이, 교대 A하고 B로 구분해서.”
수경이 다시 의자를 당겼다.
“오늘 고객 문의 답변 끝나면 네 시쯤 볼 수 있어요.”
“그럼 저는 그 전에 매장별 건수하고 확인 상태를 고정할게요.”
“고정한 뒤에는 건수 바꾸지 말아 주세요. 문장이랑 화면 다 다시 봐야 하니까.”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경이 돌아간 뒤 진행표의 자기 이름 하나를 지웠다. 빈칸에 이수경을 쓰자 이상하게도 일이 줄어든 느낌보다 확인할 곳이 하나 늘어난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는 공유 문서에 들어갔다.
수경의 커서가 첫 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우유 두 상자 미입고.’
도현은 그 문장을 ‘유제품 입고 수량 불일치’로 바꿨다.
오른쪽 아래에 메시지가 떴다.
팀장님, 이 문구 매장에서 읽는 거예요.
도현은 손가락을 키보드에서 뗐다.
잠시 뒤 자신이 쓴 문장을 지우고, 우유 두 상자를 돌려놓았다.
그날 퇴근 무렵, 도현은 네모랩 일정 변경 메일을 끝내 보냈다.
기존에 제안받은 다음 주 금요일 오후 두 시에는 조정하기 어려운 업무 일정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객 이름과 시연 내용은 적지 않았다. 다른 날짜가 가능하다면 맞추겠다는 문장을 마지막에 넣었다.
보내고 나서야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일 하나를 끝냈는데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이제는 저쪽에서 안 된다고 답할 수도 있었다.
답장은 다음 날 오전에 왔다.
면접관 일정상 가능한 대체 시간은 기존 면접일에서 일주일 뒤인 금요일 낮 열두 시 삼십 분뿐이었다. 예상 소요 시간은 한 시간.
도현은 달력을 열었다.
새봄마켓 시연은 다음 주 금요일 오후 두 시. 네모랩 면접은 그다음 주 금요일 낮 열두 시 삼십 분.
겹쳐 있던 두 일정 사이에 정확히 일주일이 생겼다.
그는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개인 달력에는 회사 이름까지 적었다가 ‘개인 일정’으로 바꿨다.
점심시간에 다녀오면 될까.
한 시간 면접에 이동 시간이 붙으면 점심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었다. 반차 신청 화면을 열었지만 날짜를 누르지는 않았다.
다음 주 시연부터 넘기자.
도현은 창을 닫았다. 이번에는 면접 날짜가 아니라, 자리를 비울 이유가 미뤄졌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점심, 도현이 백반의 생선 가시를 고르는데 인사 담당자에게서 회신이 왔다.
결재 시스템 접근 권한 반영 완료.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지난주 내내 막혀 있던 링크를 눌렀다. 이번에는 승인 버튼이 보였다.
“지후 씨, 도구 결재 열렸어요.”
“제 것도요?”
“네.”
지후가 국그릇을 내려놓았다.
“와. 저보다 먼저 입사한 요청서인데.”
도현은 요청 금액과 사용 목적을 읽고 승인했다. 일주일 넘게 못 누르던 버튼은 한 번에 눌렸다.
인사 메일 아래에는 문장이 더 있었다.
직무대행의 세부 전결 범위와 수당 적용 여부는 별도 확인 후 안내드리겠습니다.
도현은 화면을 조금 내렸다가 껐다.
“이제 팀장님 권한 다 생긴 거예요?”
박준이 물었다.
“이 도구 결재는요.”
도현은 생선 가시를 접시 가장자리로 옮겼다.
“일단 이건 됐어요.”
화요일, 민서가 확인 기록 기능을 보여 줬다.
등록된 항목에 확인 버튼을 누르자 확인한 계정과 시간이 남았다. 도현은 같은 항목을 다시 열어 봤다. 기록은 그대로였다.
“여기까지 실제로 되는 거고요.”
민서가 다른 창을 열었다. 지후가 만든 전체 현황 화면이었다.
“여기는 별도예요. 방금 누른 내용이 넘어오지 않아요.”
“시연 중에 헷갈리지 않게 나누죠.”
도현은 브라우저 창을 좌우로 놓았다. 실제 기능에는 ‘바통 테스트’, 다른 쪽에는 ‘전체 현황 시연 화면’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지후는 전체 현황 상단에 안내 띠를 넣었다.
수작업으로 구성한 예시 화면입니다.
“실제 기능 쪽에서 고객이 새 항목을 넣는 건 돼요?”
도현이 물었다.
“등록은 돼요. 이쪽 숫자는 그대로고요.”
민서가 두 번째 창을 가리켰다.
“그걸 맞추는 기능은 이번 범위에 없어요.”
“네. 추가 개발 요청 안 할게요.”
도현은 발표자 메모에 같은 말을 적었다. 적어 놓고도 화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하나로 이어지면 설명이 훨씬 쉬울 텐데.
그가 창 사이 간격을 줄이자 민서가 말했다.
“가깝게 놓으셔도 연결되진 않아요.”
옆에서 지후가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한번 움직였다.
도현은 창 사이를 다시 벌렸다.
수요일 오후에는 파일부터 정리했다.
공유 폴더에 ‘바통시연_최종’, ‘바통시연_최종수정’, ‘바통시연_진짜최종’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수정된 것은 ‘바통시연_구버전’이었다.
“구버전이 왜 최신이에요?”
“팀장님이 거기에 댓글 다셔서요.”
지후가 답했다.
도현은 댓글을 열었다. ‘이걸로 진행하겠습니다.’ 작성자는 자신이었다.
박준은 내려받은 파일을 조용히 휴지통으로 옮겼다.
“준 씨, 그건 뭔데요?”
“제가 헷갈릴까 봐 이름을 확정으로 바꿔 놨습니다.”
도현은 파일 네 개를 날짜가 붙은 보관 폴더로 옮겼다. 사용할 파일 하나만 밖에 남기고 공유 링크를 다시 보냈다.
“앞으로 수정은 여기서만 하죠.”
“그럼 화면 작업 시간도 여기 적을게요.”
지후가 작업표를 열었다.
“A점 확인 전후하고 B점 상세까지 맞추는 데 두 시간 잡아야 해요. 디자인 검토 하나는 내일로 옮기고요.”
“숫자는 정리됐는데도요?”
묻고 나서 도현은 지후가 그려 줬던 네모와 화살표를 떠올렸다.
“아, 전환까지.”
“네. 팀장님이 다음 누르셨을 때 저도 다음이 나와야 하니까요.”
도현은 자기 이름으로 돼 있던 화면 전환 작업을 지후에게 넘겼다. 이번에는 마감 시각과 사용할 화면 범위까지 적었다.
수경에게는 샘플의 최종 확인과 시연 중 수치 대조를 부탁했다. 대신 그 시간에 들어올 일반 문의는 자신이 먼저 분류하기로 했다.
오후 네 시가 되자 도현의 메신저에 문의 세 건이 쌓였다.
그는 지후의 화면을 고치려던 손을 거두고 첫 번째 문의를 열었다.
일을 맡기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약속한 다른 일을 해야 했다.
목요일 오전, 도현은 최상무에게 시연 자료를 보고했다.
상무는 전체 현황 화면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다가 상단 안내 띠에서 멈췄다.
“수작업이라는 말을 꼭 화면에 넣어야 하나?”
“자동 집계는 아직 안 됩니다. 등록과 확인만 실제 기능이고, 전체 현황은 사람이 데이터를 맞춰 보여 드립니다.”
“설명할 때 말하면 되잖아. 화면은 좀 깔끔하게 가고.”
도현은 마우스를 안내 띠 위에 놓았다. 글자를 한 줄 줄이는 건 쉬웠다.
“중간에 다른 분이 보실 수도 있어서요. 화면에도 남기겠습니다.”
상무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책상 한쪽에는 지난번과 같은 분기 실적표가 있었다. 예상 날짜 옆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가능한 걸 먼저 말해. 안 되는 것만 줄줄 설명하지 말고.”
“네. 등록과 확인 기록을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시연 뒤에 쓰고 싶다고 하면 대응은 가능하지?”
도현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범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확인은 해야지. 다음 일정이 아예 없으면 고객도 기다리다 딴 데 가.”
도현은 메모장에 ‘시연 후 요청 정리’라고 썼다.
상무실을 나와 수경에게 고객 안내 문구를 보냈다.
내일 보실 인수인계 등록과 확인 기록은 실제 동작하는 기능입니다. 전체 현황은 가상 샘플을 바탕으로 담당자가 값을 맞춘 보조 화면이며, 자동 집계는 구현되지 않았습니다.
수경은 ‘담당자가 값을 맞춘’ 부분에 표시를 남겼다.
내일 시작할 때도 직접 말씀해 주세요.
도현은 그러겠다고 답하고, 자신이 발신자로 들어간 안내 메일을 새봄마켓 혜진 매니저에게 보냈다. 수경과 박준을 참조에 넣었다.
받은 편지함으로 돌아왔을 때도 문구를 수정하고 싶은 마음은 남았다.
그는 보낸 메일을 다시 열지 않았다.
오후에는 시연 이후 일정표를 만들었다.
금요일 시연. 다음 주 월요일 고객 의견 정리. 화요일 개선 항목 협의.
칸을 채우자 오래 밀린 프로젝트가 드디어 앞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수경이 가져온 작업표에는 다른 숫자가 있었다. 샘플 검토 한 시간 반, 문구 수정 사십 분, 수치 대조와 리허설 한 시간. 지후의 화면 수정 시간은 별도로 붙어 있었다.
“이것도 일정에 반영하실 거죠?”
“준비한 건 기록해 뒀어요.”
“준비 말고요. 시연 뒤에 샘플 하나 바꿔서 다시 보여 달라고 하면 같은 일을 해야 해요.”
도현은 새 일정표의 월요일 칸을 눌렀다.
‘고객 의견 정리’ 아래에 ‘후속 지원’을 덧붙였다. 담당자에는 자기 이름을 썼다.
“요청 들어오면 제가 먼저 받을게요.”
“받는 시간 말고 처리하는 시간이요.”
도현은 수경이 내려놓은 작업표를 봤다. 한 번의 시연을 위해 세 사람이 쓴 시간이 줄마다 달랐다. 이것을 전부 옮기면 월요일 오후부터 다른 일을 밀어야 했다.
아직 고객이 다시 보여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요청량 보고 나눠 넣겠습니다.”
수경은 잠시 서 있다가 작업표를 그의 노트북 옆에 놓았다.
도현은 월요일 칸을 삼십 분짜리로 늘렸다. 화면을 고치는 사람과 문장을 검토하는 사람의 시간은 넣지 않았다.
공유 버튼을 누르자 메신저에 일정표가 올라갔다.
그 옆에서 종이 작업표의 모서리가 에어컨 바람에 들렸다. 도현은 휴대전화로 눌러 놓았다.
마지막 리허설은 목요일 저녁 다섯 시 사십 분에 시작했다.
민서는 실제 기능이 뜨는 노트북을 확인한 뒤 자리에 돌아갔다. 오류가 나면 어떤 화면에서 멈췄는지 남겨 달라고 했다. 퇴근 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건 보겠지만, 새 기능은 붙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도현은 발표용 노트북 앞에 섰다.
지후는 옆자리에서 시연 화면을 열었다. 수경은 두 매장의 상태를 적은 대조표를 펼쳤다. 박준은 고객 자리에서 시간을 재기로 했다.
“먼저 전체 현황은 수작업으로 값을 맞춘 보조 화면이라는 점 안내드리겠습니다.”
처음 소리 내 말하니 문장이 유난히 길었다.
박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실제 기능으로 넘어가 인수인계 내용을 등록했다. 우유 두 상자가 부족하다는 문장이 목록에 나타났다. 다음 근무자 계정으로 바꿔 확인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확인 기록이 남고요.”
수경이 대조표를 짚었다.
“A점 미확인, 하나 줄었습니다.”
지후의 손이 움직였다.
도현이 전체 현황을 눌렀다.
숫자가 그대로였다.
지후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저보다 빠르시면 안 돼요.”
“바꾸신 줄 알았어요.”
“저도 바꾼 줄 알았는데 아직 누르는 중이었어요.”
박준이 타이머를 멈췄다.
도현은 처음으로 돌아갔다.
두 번째에는 충분히 기다렸다. 지후가 값을 바꿨는데도 도현은 실제 기능 화면에서 설명을 이어 갔다.
지후가 헛기침했다.
도현은 물을 건넸다.
“아뇨. 넘어가시라고요.”
수경이 펜으로 입가를 가렸다. 박준은 이번에는 타이머를 멈추지 못하고 웃었다.
도현도 물병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웃고 나니 목 뒤에 걸려 있던 힘이 조금 풀렸다.
“기침 말고 말씀해 주세요. 준비됐다고. 어차피 보조 작업이라고 안내할 거니까.”
세 번째에는 수경이 건수를 읽고, 지후가 수정한 뒤 말했다.
“현황 화면 준비됐습니다.”
도현은 그 말을 듣고 화면을 바꿨다.
A점 세 건. B점 두 건. 전체 다섯 건.
숫자가 맞았다.
그는 B점을 열었다. 우유가 아니라 납품 용기 회수에 관한 샘플이 나왔다. 뒤로 돌아가도 건수는 그대로였다.
마지막 설명까지 마쳤을 때 박준이 휴대전화를 들었다.
“십일 분 사십 초요. 이번에는 안 끊겼습니다.”
지후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수경도 대조표에 마지막 표시를 했다.
도현은 손바닥으로 넥타이를 쓸어내렸다. 내일 오후 두 시, 이 순서대로만 하면 됐다. 첫 문장을 말하고, 등록하고, 확인하고, 준비됐다는 말을 기다린다.
그는 진행표 맨 위에 적힌 ‘발표자만 조작’을 봤다. 방금 막힘없이 지나온 십일 분 동안 마우스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았다.
수경이 대조표를 접지 않은 채 물었다.
“그런데 팀장님, 내일 고객이 직접 눌러 봐도 되냐고 하면요?”
3화 끝 · 다음화로 작성한 소설입니다.
전체 회차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