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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원문 전체 공개

드래곤은 열람료를 받습니다

돈은 한 번 받았다는데, 장부는 세 번 지급했다고 말한다.

금빛 드래곤 금복의 열람실에서 장부를 대조하는 소금과 레온
작품 소개를 위한 AI 생성 일러스트

“방석은 한 분당 은화 한 닢입니다.”

한소금은 정식 열람 신청서를 내려놓다가 멈췄다.

왕국 공인 금고의 열람실에는 방석이 세 개 놓여 있었다. 하나는 사람용, 하나도 사람용, 마지막 하나는 손바닥만 했다.

딸깍이 작은 방석 위에서 뚜껑을 벌렸다.

“내 것까지?”

“귀빈의 체격을 차별하지 않는다.”

창구 너머의 드래곤이 엄숙하게 말했다. 금빛 비늘 사이에 걸친 안경은 한쪽 눈도 다 가리지 못했다.

소금이 요금표를 당겨 읽었다.

“열람료 외에 종이값, 차값, 방석값이네요.”

“정확하다.”

“종이는 가져왔으니 직접 필사할게요.”

금복의 앞발이 요금표 한 줄을 가렸다.

“금고의 종이는 삼백 년을 버틴다.”

“제 계약은 한 달씩 갱신돼서요.”

옆에서 레온이 방석을 밀어 놓았다.

“저는 서 있겠습니다.”

딸깍도 방석에서 폴짝 내려왔다. 금복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두 줄을 그었다.

“앉지 않으면 받지 않는다. 대신 무릎 아프다고 나를 원망하지 마라.”

“차도 빼 주세요.”

“차는 이미 우렸다.”

“주문은 아직 안 했는데요.”

“그럼 내가 마시겠다.”

금복이 찻주전자째 들어 한 모금에 비웠다. 소금은 차값까지 지워지는 걸 확인하고 신청서를 내밀었다.

딸깍이 낮게 속삭였다.

“빠르다. 지난번 손님은 찻잎의 생애부터 들었어.”

“잘 들었다. 결국 석 잔 마셨지.”

금복은 신청서의 레온 서명을 대조한 뒤, 서랍에서 쇠테를 두른 원장을 꺼냈다. 장부가 탁자에 닿자 빈 찻잔 세 개가 동시에 뛰었다.

소금은 봉투 속 서류를 지급 명령별로 펼쳤다.

“정상 포상금 백 금화 한 건, 추가 지급 명령 412와 419. 연결된 출금과 수령 내역을 보고 싶어요.”

“셋 모두?”

“네. 첨부 영수증은 같아도 돈이 움직인 건 따로 확인해야 하니까요.”

금복의 발톱이 원장 위를 느리게 훑었다.

첫 번째 줄에는 백 금화 출금과 레온의 이름, 수령 영수증 P-031이 적혀 있었다.

“이날 받으셨나요?”

레온이 날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주머니 끈이 끊어져서 두 번 주웠어요.”

금복이 즉시 덧붙였다.

“바닥에서 찾아 준 여섯 닢도 전부 돌려줬다.”

“그건 감사합니다.”

소금은 정상 지급 내역을 필사했다. 다음은 412였다.

금화 백 닢. 현금 수령란은 비어 있었다.

대신 보관함 입금란에 숫자가 적혔다.

419도 같았다. 백 금화가 같은 번호의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소금의 펜이 멎었다.

“추가 지급 두 건은 밖으로 나간 게 아니네요.”

“이 금고에서는 현금 인출과 내부 이체를 구분한다. 둘 다 왕국 계정에서는 빠져나갔고.”

레온이 탁자에 손을 짚었다.

“그 보관함이 제 겁니까?”

“소유자 등록부를 봐야 한다.”

금복은 짐작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서랍을 열어 얇은 책을 가져오고, 원장의 번호와 등록부의 번호를 나란히 놓았다.

소금은 두 숫자를 손끝으로 짚어 다시 읽었다.

그 아래 적힌 이름은 짧았다.

백도윤.

재무대신 개인 보관함.

레온의 허리에 매달린 냄비가 탁자 모서리에 부딪혔다.

땡.

누구도 웃지 않았다.

“제 이름으로 나간 돈이 왜 대신님한테 있죠?”

“그걸 확인해야 해요.”

소금은 세 줄의 거래를 끝까지 베껴 썼다. 정상 지급 백 금화. 추가 이체 백 금화씩 두 건. 보관함 소유자 백도윤.

추천서를 써 주겠다던 손이 떠올랐다. 소금은 펜을 고쳐 쥐었다.

아직 확인한 것은 돈이 간 곳이었다. 왜 갔는지까지 같은 줄에 적을 수는 없었다.

“이 두 이체에 P-031이 붙은 이유도 금고 기록에 있나요?”

“첨부는 지급 명령과 함께 들어왔다. 우리 창구에서 새 수령 영수증을 발급한 내역은 없다.”

“원본은요?”

“정상 지급 때 받은 한 장. 여기 있다.”

금복이 작은 서류함을 열었다. 투명한 덮개 아래 P-031이 놓여 있었다.

딸깍이 앞으로 한 발 움직였다.

소금도 같은 만큼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직.”

“냄새만 맡았어.”

“너 코 없잖아요.”

“그래서 가까이 가야 해.”

금복이 서류함을 닫았다. 딸깍의 경첩에서 아쉬운 소리가 났다.

소금은 필사한 내역에 금복의 대조 확인을 요청했다. 금복은 한 글자씩 읽고 틀린 숫자 하나를 짚었다.

“여기. 여덟이 아니라 셋.”

고쳐 쓰고 나서야 확인인이 찍혔다.

그동안 레온은 벽 쪽 간식 접시를 발견했다.

“이것도 돈을 받습니까?”

“마른 과자는 무료다.”

“그럼 하나만.”

“설탕물도 무료다. 차를 안 마시면 목이 메니까.”

레온은 과자를 설탕물에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 순간 허리의 냄비 손잡이가 탁자 아래에 걸렸다.

몸이 멎고, 과자만 한 번 흔들렸다.

소금은 번지는 물방울을 보고 서류부터 들어 올렸다.

늦었다. 419에 붙어 있던 의심 영수증의 빈 여백에 작은 방울이 닿아 있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글씨에는 안 닿았어요.”

받침 종이로 물기를 흡수시키려던 소금의 손이 멈췄다.

투명했던 방울 가장자리에 파란 선이 생겼다.

종이 위에서 잉크가 녹아 나온 것처럼 얇고 선명한 테두리였다.

딸깍이 뚜껑을 기울였다.

“과자가 위조범인가?”

“과자는 일단 빼고요.”

소금은 여백을 건드리지 않은 채 탁자 끝에 펼쳤다. 아침에 백도윤의 반지 가장자리에 묻어 있던 색이 떠올랐다.

비슷했다.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기 전에 소금은 새 종이를 꺼냈다.

“금복 님. 깨끗한 물 좀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무료다.”

“아주 좋은 제도네요.”

소금은 가져온 종이에 일반 필기용 잉크로 선을 두 개 그었다. 마른 뒤 하나에는 물을, 다른 하나에는 설탕물을 떨어뜨렸다. 잉크는 조금 번졌지만 빈 종이에 푸른 테두리가 생기지는 않았다.

다음은 의심 영수증이었다.

소금은 먼저 물방울이 닿은 위치와 변화를 적고, 금복과 레온에게 보여 줬다.

“다른 여백에 아주 조금만 더 시험할게요. 본문과 서명은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녀는 두 첨부물의 모양을 필사해 남긴 뒤, 깨끗한 펜 끝으로 빈 가장자리에 방울을 옮겼다.

물에는 변화가 없었다.

설탕물을 댄 쪽에서만 파란 선이 나타났다. 412의 첨부물도 같았다.

금복이 안경을 올렸다.

“청밀 잉크군.”

“아시는 잉크예요?”

“복사용이다. 원본 위에 얹어 눌러 쓰면 획과 작은 점까지 옮길 수 있지. 단것에 약해서 서고에서는 취급을 따로 한다.”

금복은 서랍 안쪽에서 누렇게 바랜 주의표를 꺼냈다.

청밀 잉크 사용지에는 당류가 닿지 않게 할 것. 접촉 시 푸른 테두리 발생.

소금은 주의표와 두 영수증을 번갈아 봤다.

서명의 획뿐 아니라 잉크 점까지 같은 이유는 설명됐다.

“그러면 대신님이 복사한 겁니까?”

레온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소금은 고개를 저었다.

“복사한 종이라는 것과 누가 복사했는지는 달라요.”

“보관함은 대신님 거잖아요.”

“그래서 직접 물어볼 거예요.”

그녀는 관찰한 반응을 기록했다. 반지에 묻었던 얼룩은 별도로 적었다. 색이 같다는 것만으로 사용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금복은 말없이 말린 종이를 덮을 깨끗한 판을 내줬다.

소금이 요금표를 보자 금복이 콧김을 뿜었다.

“증거 말리는 판은 안 받는다.”

해가 기울 무렵, 열람실 문이 열렸다.

백도윤은 유단정과 함께 들어왔다. 그는 펼쳐진 장부를 보고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여기 있었군. 정산실이 비었기에.”

유단정의 시선은 소금이 작성한 세 줄의 대조표로 곧장 내려갔다.

백도윤이 웃었다.

“확인은 잘됐나?”

소금은 앉지 않은 채 종이를 돌려 놓았다.

“추가 지급 명령 두 건으로 빠져나간 이백 금화가 대신님 개인 보관함에 입금됐습니다.”

레온이 한쪽으로 비켜섰다. 문을 막지는 않았지만, 금박 망토가 문 옆에 커다랗게 걸렸다.

백도윤은 대조표를 읽었다.

“임시 보관이네.”

“레온 님에게 지급 완료로 기재돼 있습니다.”

“실무자가 항목을 잘못 처리했겠지. 축제 중에는 서류가 몰리니까.”

소금은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임시 보관을 지시한 문서와 지급 완료로 처리한 경위를 내일 제출해 주시겠어요?”

백도윤의 손가락이 탁자에 닿았다. 관인 반지는 깨끗했다.

“소금 씨. 실수 하나로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어.”

“그래서 설명을 같이 받으려는 겁니다.”

“오늘 완료하면 추천서도 바로 쓸 수 있었는데.”

펜 끝이 종이에 걸렸다.

한 달 뒤에도 같은 책상에 앉을 수 있는 자리. 매번 다음 계약을 묻지 않아도 되는 이름표.

소금은 걸린 펜을 들어 새 줄에 놓았다.

“정정할 수는 있습니다. 레온 님 냄비값도 그렇게 했고요.”

레온이 반사적으로 냄비를 잡았다.

“그건 제가 잘못 읽은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백 금화는 누구의 어떤 실수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요.”

백도윤의 웃음이 얇아졌다.

“내일 공개 정산회에서 설명하지. 그전까지 불필요한 말이 돌지 않게 해 주게.”

“설명하실 내용도 기록하겠습니다.”

소금은 임시 보관이라는 해명을 적어 그에게 내밀었다. 백도윤은 잠시 종이를 보다가 짧게 서명했다.

문이 닫힌 뒤에야 레온이 숨을 길게 뱉었다.

유단정은 남아 있었다.

“확인한 것만 가져오라고 했지.”

소금이 종이들을 한데 모았다.

“그래서 검산을 부탁드리려고요. 원장 필사본과 소유자 등록부 대조본입니다. 제가 숫자를 잘못 옮긴 게 없는지 다시 봐 주세요.”

유단정은 즉시 원장 쪽으로 의자를 당겼다.

금복이 입을 열었다.

“방석은—”

“안 씁니다.”

유단정이 방석을 빼서 옆으로 내려놓았다.

딸깍이 소금에게 속삭였다.

“저 사람도 잘한다.”

소금은 그제야 굳어 있던 어깨를 조금 내렸다.

유단정이 숫자를 맞추는 동안 소금은 원본 P-031의 반출 신청서를 썼다. 사용 목적란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공개 정산회에서 거래 재생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금복의 발톱이 그 문장을 짚었다.

“먹이면 원본은 사라진다.”

“알고 있어요. 먹이기 전에 사본과 대조 기록을 남기겠습니다.”

“장면도 고를 수 없어.”

딸깍이 끼어들었다.

“거래 확정부터 십 초. 종이가 놓였던 데서 보이는 만큼. 다시 보여 달라고 해도 없어.”

레온이 손을 들었다.

“그건 냄비 때 배웠어.”

소금은 그를 똑바로 봤다.

“이 영수증을 재생에 쓰는 데 동의하시나요?”

“동의합니다. 대신 저도 그 자리에 있겠습니다.”

“같이 봐 주세요.”

레온은 이번에는 항목을 끝까지 읽고 서명했다.

금복이 유일한 원본을 꺼냈다. 소금은 문구와 서명, 일련번호를 필사했고, 유단정이 원본과 대조했다. 종이가 놓인 자리를 짐작해 재생 내용을 미리 채우는 일은 하지 않았다.

십 초 안에 아무것도 안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내일, 설명을 듣는 사람들과 함께 확인할 가치는 있었다.

금복이 원본을 봉투에 넣었다. 소금과 레온이 보는 앞에서 봉인을 하고, 이음매를 가로질러 입회 표시를 남겼다.

소금이 봉투를 받아 들자 딸깍이 뚜껑을 살짝 벌렸다.

“한 귀퉁이만.”

“안 돼요.”

“맛만 보면 원본인지 확실해지는데.”

소금은 봉투를 가슴 쪽으로 당겼다.

“너는 맛보기랑 식사의 구분이 없잖아요.”

딸깍이 못내 아쉬운 듯 달그락거렸다. 레온은 문을 열어 주며 냄비가 문틀에 닿지 않게 손으로 붙잡았다.

바깥에서는 축제의 마지막 불꽃이 올라가고 있었다.

소금은 봉투의 단단한 봉인을 엄지로 확인했다. 추천서를 받을 손에, 추천서를 써 줄 사람의 해명을 기다리는 증거가 들려 있었다.

딸깍이 다시 입을 벌리자 그녀가 뚜껑을 가볍게 눌렀다.

“내일 백도윤 대신님이 마지막 해명을 끝내면, 그 사람 앞에서 이 봉투를 열 거예요.”

2화 끝 · 다음화로 작성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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